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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입을 옷이 없는 이유를 넘어 패션의 본질까지

패션

by 김타키 2021. 10. 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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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재밌는 이유는 옷 예쁘다하면 자기가 예쁜 줄 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옷은 제2의 자아입니다.
아니, 옷으로 가려져 있는 주름진 자아보다 더 자아스럽습니다.


옷을 읽는다는 것

의류학과 학부 시절 졸업 자격을 뭐로 얻을지 고민했습니다. 저희 과 에서는 10명 중 7명이 패션쇼를 하고 나머지 3명은 공인 영어로 졸업 자격을 얻는 게 보통이었죠. 저는 10명 중 10명이 하지 않는 졸업 논 문을 선택했습니다. 졸업 논문은 제가 좋아하는 '옷 읽기'로 해낼 수 있 기 때문이었습니다. 옷을 입는 것도 아니고 옷을 읽는 일? 옷이 책처 럼 글자가 있어서 읽는다는 걸까요? 맞습니다. 옷에도 읽을거리가 있 습니다. 옷은 인간 문화, 사회, 역사, 철학, 인문학 등 인간의 모든 활 동에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옷은 인간과 아주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옷 읽기가 가능합니다. 저는 그중 패션의 본질과 의상 심리, 인문학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패션이란 무엇인지, 왜 유행은 돌고 도는지, 왜 옷 이 정치와 신념 메시지로 사용되는지, 왜 옛날에는 남자아이는 파란색, 여자아이는 분홍색 옷을 입혔는지 흔히 일상에서 보이는 옷 현상 같은 것들 말이지요.

옷장에서 시작된 패션 읽기 여행

저는 제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졸업 논문을 쓰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궁금해하면서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의상 심리 현상을 쓰고 싶었습니 다. 그 주제가 '왜 항상 아침마다 입을 옷이 없을까?'였습니다. 옷장 앞 에서 나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망설이는 이유를 알고 싶었죠. 다양 한 논문 중에서도 이 주제를 핵심으로 다룬 논문이 없길래 무릎을 '탁' 치고 신나게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논문을 다 쓰 고 제가 얻은 결과는 입을 옷이 없는 상태를 '의복결핍감'이라고 하고, 입을 옷이 없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싫증 나서'였습니다. 옷장에는 항상 입을 옷은 넘치는 데 입고 싶은 옷이 없어 의복결핍감을 느끼는 것이었고, 입고 싶은 옷이 없는 이유는 유행이 지났거나 옷을 너무 많 이 입어 싫증 난 것이었지요. (나머지 이유들은 '왜 아침마다 입을 옷 이 없는가?'편에 나와있습니다.)

저는 입을 옷이 없는 이유를 조금 더 탐구했습니다. 알고 보니 입을 옷 이 없는 이유가 패션의 본질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패션은 사람의 옷에 대한 싫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걸요. 한번 우리 모 습으로 예를 들어볼까요? 옷장에 옷을 보면 옷은 정말 많은 데 입고 싶 은 옷은 없지요. 많이 공감할 것입니다. (오늘 뭐 먹지? 같은 현대 사회 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봄에는 벗고 다녔 나 싶을 정도로 입고 싶은 옷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입을 수 있는 옷이 정말 많은데 왜 입기 망설여질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싫증 났 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 옷들을 너무 많이 입어서 그 옷들은 입을 가치 가 없어졌습니다. 사람들도 그 옷들을 너무 많이 입어 내가 입기 쑥스 러워하죠.(모나미 룩과 트렌치코트가 대표적이겠습니다.)

올해 봄은 최신의 옷을 입고 싶고, 독특한 옷을 입고 싶습니다. 어제의 나와 달라지고 싶고 다른 사람들과 달라지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상하게 보일까 봐 불안해합니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이 10명 중 1명만 입는 옷이라면 자신도 낯설고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것입니 다. 작년 옷을 입고 싶다가도 남들과 같아지기는 싫어 이러지도 저러지 도 못하는 상황이 옵니다. 그러다가 지드래곤 같은 패션리더가 그 옷을 입고 나오면 용기가 생깁니다. 거리에서도 자기와 같은 사람을 보면 내 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하면서 패션적 안정감을 얻죠. 이렇게 길거리는 또다시 최신의 옷이 지배하고 이전의 옷은 물러납니다.

저는 싫증으로부터 출발한 남들과 달라지고 싶어 하면서도 같아지고 싶은 모순적인 마음이 패션 현상을 만드는 주원인이라고 느꼈습니다. 지금 옷이 싫증 나서 새로운 옷을 찾고, 새로운 옷이 또 싫증 나서 다 른 새로운 옷을 찾는 다수의 행동이 패션 현상이 나타나고 유지되는 것이지요. 저는 이때부터 일상적인 패션 이야기에서 시작된 패션 읽기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주 가까운 일상에서 패션 톺아보기

저는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패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패션을 자주 말하는데 패션이란 정말 무엇이고, 유행이 돌고 돈다고 말 하는데 왜 유행이 돌고 도는지 등 일상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패션 이 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누구는 옷을 사고 입기만 하면 되는 걸 굳이 이 것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맞아요. 굳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옷을 어떻게 싸게 사고 옷을 잘 입는 데 도움이 되는 실용서는 아니기 때문이죠. 단순히 저의 지적 호기심 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그래도 제가 이 이야기를 같이 나누려고 하는 이유는 가볍게 이야기하는 패션이 생각보다 깊고 넓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일상에서 깊고 넓은 이야기가 숨 겨져 있습니다. 부족한 이야기겠지만 패션을 이런 방식으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제 옷 사는 데 쓸 모없지만, 옷 이야기하는 데 조금 쓸모 있는 패션 읽기 여행을 같이 떠 나볼게요!


목차

 

왜 아침마다 입을 옷이 없는가?

매일 옷장의 폭력에 맞서는 현대인들

 

패션은 무엇인가?

새로움과 싫증이라는 톱니바퀴의 맞물림

 

패션에서 아방가르드는 무엇인가?

해체주의자 '마틴 마르지엘라'로 살핀 아방가르드

 

왜 유행은 돌고 도는가?

패션과 옷이 돌고 돌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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