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오늘 제가 클라이언트에게 한 말을 보여드립니다.
"갑자기한 돈 얘기로 마음이 상하셨을 것 같아 먼저 사과드립니다. 먼저 추가금 얘기를 한 이유는 3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말 그대로 10분 내외 원본 영상 편집 구인 글이었는데, 시작하자마자 30분 짜리 영상을 받고 그 뒤로도 3편이 15~17분 사이 원본 영상이고, 썸네일 제작도 추가로 되어서 당황해서 그랬습니다. 자기는 경제적으로 성장가능성이 있는 사업 아이템이 있고 영상 편집만 할 사람이 아니라 장기간 사업을 공동으로 키울 사람을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점차 수익이 늘어날 때마다 기본급을 올려주고 성과금을 준다는 좋은 조건을 얘기하셨습니다. 저도 그 제안과 조건을 승낙했죠. 하지만 이것은 지금 저에게는 기약없이 보장되지 않은 미래입니다. 조건 중에는 10분 내외 원본 영상 편집(썸네일 제작 없음) 이었고요. 페이를 받기 전까지 한달 동안 지금과 같이 15분 이상 영상 + 조건에 없던 썸네일 제작을 하게 되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현재 올릴 영상들이 당장 올려야 할 이슈에 관한 주제라 시청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줘야해서 영상이 길어진다는 특수성에 관한 말을 못들었으면 대표님이 말한 긍정적인 미래의 조건을 바라보는 동시에 늘어난 일들을 작업하는 괴리감에 페이를 받기 전까지 계속 저 생각에 시달리고 정신적으로 무너질 것 같아 얘기를 했습니다.
두번째는 프리랜서로서 정당한 권리를 요청하는 게 맞을 것 같아 얘기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외주 작업을 했습니다. 어떤 클라이언트들은 본인들이 페이를 주는 클라이언트라는 위치에서 처음에 제안한 작업량과 수준을 넘어서는 작업들을 점차적으로 요구한 일들도 많이 있었고, 어떤 클라이언트들은 처음 요구한 수준 그대로, 페이와 작업량을 협의한 그대로 제가 노동을 하고 알맞게 페이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본인들이 늘린 조건을 맞춰주지 않으면 다음에 나에게 일을 주지 않을 거라는 무언의 압박, 혹은 페이를 늦게 주거나 아예 주지 않을 거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습니다. 정당한 노동력을 대가로 일을 주고 받고 이뤄지는 관계인데 프리랜서는 의뢰자 분들에게 원하는 작업물, 원하는 납기일에 만들었어도 페이를 서로 협의한 날에 받지 못하거나 늘어난 작업량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기존 페이를 얼른 달라고 말도 못하고, 추가로 늘어난 작업량에 대한 보상도 말을 못합니다. 말을 하면 괜히 나에게 불이익을 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예 돈을 안주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최악의 경험으로는 친한 지인이었습니다. 10만원을 대가로 자신의 높은 경제적 잠재력에 관한 말들을 했습니다. 저는 처음 진입하는 사진 촬영이었습니다. 그 지인은 자기 상품들을 찍어서 나의 포트폴리오 쌓기 + 본인 상세페이지 이미지를 얻자는 윈윈 전략으로 가자는 말들로 상품 사진 촬영을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지인은 점점 없던 작업량을 만들고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본인이 원하는 날짜, 무한 수정, 상품이 10개 였다가 30개가 늘어나는 상품 사진 촬영, 하루에 13시간씩 3~4일 동안 작업하는 노동을 경험했습니다. 3~4일 동안 찍은 건 상품 18개 정도 였습니다. 연출 컨셉은 자연광 느낌의 부드러운 천을 배경을 삼아 찍는 어렵지 않은 컷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사진 촬영하는 날에 현장을 방문하면 상품이 다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아서 다시 또 다른 날에 계속 와야 했고, 그 사이에 상품은 또 늘어났습니다. 단기간에 확 끝나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시간이 안되면 되는 날로 다시 촬영 날짜를 수정하고 한달 뒤에 다시 연락을 한다든지 그런식이었습니다. 제가 일한 시간과 페이를 계산을 해보니 최저임금보다 못한 시급 4~5천원으로 일을 했습니다. 제가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에 지인은 카톡으로 자기는 원래 작업 다 끝나면 20만원을 주려고 했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저런 상황에서 관계 다 끝나고 하는 말이라면 저라도 사실 200만원, 2000천만원을 주려고 했다고 말을 할 수 있죠. 저는 10만원도, 20만원도 안받았습니다. 이렇게 지인이라는 유대 관계 + 보장되지 않은 미래 + 클라이언트라는 위치에 현재와 미래가 저당잡힌 상태가 되니 제 삶에 회의를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세번째는 대표님과의 신뢰와 건강한 관계를 위해 말을 했습니다. 보통의 클라이언트들이라면 프리랜서들은 늘어난 작업량에 대한 말을 못합니다. 특히 이제 프리랜서로 도약하는 초기 프리랜서분들은 클라이언트 선택권이 없으니 더욱 더 심하죠. 말을 해서 클라이이언트가 마음 상했다면 저하고 작업하던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일을 주거나 불이익을 줄 겁니다. 항상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계약서도 없이 일을 하니 갑자기 일을 취소하거나 중간까지 작업물을 만들었어도 돈을 안줘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냥 부당함만 받고 끝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시간도 여력도 없습니다. 소송은 더 비용이 크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찾는 게 더 효율적이겠죠. 그런데 대표님한테 추가 작업량에 대한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1회성으로 일을 받고 끝낼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 오랫동안 하나의 목표를 위해 동시성장을 하는 유대 관계 사람으로 관계를 맺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볼 사람이라면 저는 현재 안고 있는 불편한 말들을 어느 정도는 예의를 갖추고 말을 하면서 협의를 해야 건강한 관계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클라이언트에게 길게 말을 한 것처럼 제가 느낀 저의 프리랜서 위치입니다. 클라이언트 선택권이 있는 상위 몇퍼센트의 분들이라면 그런 위치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그 분들도 초중기 프리랜서 경력을 하셨을 테니 저런 위치를 겪었을 겁니다.
제가 저렇게 클라이언트에게 말한 이유는 클라이언트 선택권이 있는 위치의 프리랜서도 아니고 5년차 이상 혹은 10년차 이상 프리랜서도 아닙니다. 저는 작년 2월에 사업자 낸 프리랜서입니다. 원래 전공도 아닌 3D 프로덕션을 합니다. 이것도 3번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회사에 부적합한, 일반 사람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몸과 마음이라는 걸 실제 마음의 질병으로 얻고나서 프리랜서를 강제로 하게 된 사람입니다. 3D가 내 성향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독학으로 공부하고 지금도 포트폴리오 쌓으면서 외주를 받으며 일 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아예 그만두고 촬영, 영상 편집도 1~2년 했었습니다(이것도 전공이 아닙니다). 소중한 지인이 저의 상태를 보고 영상 촬영, 편집 권유를 하고 저에게 돈을 주면서 배웠습니다. 어제도 다른 도프의 구인 카테고리에 올라온 글에 지원해 촬영 보조로 현장을 나갔습니다. 위에 말한 제가 겪은 악덕(?) 클라이언트들의 부당한 요청들 + 지인과 일한 최악의 작업 경험 + 현 클라이언트와 일하고 있는 경험들 때문에 마음이 터져서, 속이 상해서 클라이언트에게 말을 했습니다. 물론 저 대표가 말한 것처럼 저에게 몇달 뒤에 엄청난 금전 보상을 줄 수도 있겠죠. 또한 너가 저렇게 대표에게 길게 말하고 누군가는 멍청하다, 조금만 기다렸으면 그 미래가 증명이 될 수도 있을 거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저분도 모르겠고, 미래 자체를 모르니깐요. 마음이 지쳐서 건조하지만 명확한 내용이 담긴 긴 편지를 썼습니다.
(아래 글은 위 글과 연관성이 있는 주제인 듯해서 제가 느낀 생각들과 경험을 써봅니다.)
도프님들 중에서도 느낀분들이 있겠지만 클라이언트들에게 추가 작업량에 대한 페이 요청, 계약서 작성 등 정당한 권리를 요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클라이언트가 '내 현재와 미래의 구원자'라고 무의식적으로 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말한 요구 사항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되는 부당한 상황이 되었어도 지금 잘 보이고 잘 맞춰주면 미래에 다시 일을 줄거라는 구원자죠. 실제로도 맞습니다. 저도 경험해서 그런 클라이언트분들이 1번 더 일을 더 준 경험도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제가 깨달은 점은 현재 클라이언트가 모든 현재와 미래를 보장해주는 구원자가 아닌 수만가지 기회 중 하나일 뿐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내 앞에 연락하고 있는 이 클라이언트가 아니라면 내 삶이 무너지고 미래를 견인할 경제적 보장과 정신적 추진력을 잃는다고 느꼈어요. 회사에서 겪은 일들 때문에 이미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인데 프리랜서를 시작하니 더 많이 불안했습니다. 현재도 불안하고 위태롭게 오늘에서 내일로 나아가는 듯 합니다. 그런데 단기간 혹은 중기간 안에 어떠한 '운'과 '노력'에 더 좋은 기회들이 생겼습니다. 처음으로 도프 가입하고 나서 외주 구인글(촬영보조 제외한)에서 수많은 이메일과 문자를 보냈었는데 결국엔 제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든다고 연락이 오고 외주를 받은 경험도 있었습니다. 요청한 수준 그대로 작업물을 만들고 정당한 페이를 받았고요. 또한, 도프 외에 다른 경로로도 그런 경험들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클라이언트가 내 삶의 전부라고 느낀 적이 너무 많습니다. 몇만원 몇십만원을 받는 경우였는데도 말이죠(지금 저에게는 이 금액도 중요하고 크지만요). 이 클라이언트가 내 전부가 아닌데 내 일상의 전부를 갉아먹는 부당함을 안으면서 일을 하는 게 맞나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은 건 지금 당장 연락하고 있는 클라이언트는 수만가지 기회 중 하나라고 느꼈습니다. 뮤지션 박재범이 인터뷰 말한 것처럼 말이죠. "저한테 아무리 큰 기회여도 만약에 제가 그걸 놓치거나 잘못됐다, 그럼 그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이걸 아직 까지 받아들일 레벨이 아니구나, 내 갈 길 가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생길 수 있는 법이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집착하게 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런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아요." - 박재범 -
이 말이 현재 맨 땅에 헤딩하는 프리랜서, 에이전시 인맥이 없는 프리랜서분들에게는 막 말일수도 있습니다. 성공학,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것처럼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으니, 너네들도 이렇게 해라'라는 먼저 깨달은 자가 깨닫지 못한 사람들에게 무지성 용기와 노력을 강요하는, 계몽학적 폭력일 수도 있습니다. 초기 프리랜서 분들이나 저와 같은 경험을 한 프리랜서분들은 '지금 당장 연락하고 있는 클라이언트는 수만가지 기회 중 하나'라는 말에 대해서는 욕해주셔도 됩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속이 상하고 씁쓸해서 지금도 오늘 17시까지 납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긴 글을 쓴거고 쓰다보니 또 터져서 저 말도 쓰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프리랜서분들을 인터뷰해서 인터뷰집을 내고 싶습니다. 출판 시장에 대부분 보이는, 긱시대/프리랜서시대가 와서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성 짙은 성공한 프리랜서들의 인터뷰집말고요. 프리랜서분들의 실제 업계 현실과 각자의 속사정이 있는 말들을 세계로 내보이고 싶은 인터뷰집입니다. 그 책으로 모든 프리랜서분들이 읽고 위로를 주고 싶네요.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