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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우울증,불안장애,공황장애,스트레스)으로 인한 퇴사 산재처리

자발적퇴사실업급여 팁

by 김타키 2021. 10. 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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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실업급여 수급 신청하기 전에 치료하는 기간 동안 산재급여를 받아보려고 산재처리를 알아봤습니다. 산재처리 담당기관은 근로복지공단이더라고요. 근로복지공단에 전화하고, 직접 방문하여 서류를 받았습니다. 다니는 정신과를 가서도 의사가 직접 작성해야 하는 산재처리 서류도 작성했습니다.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신청을 안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정신과에서 산재처리 핵심 내용을 작성해주지 못했고,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산재처리 신청은 할 수 있지만 작성된 서류로는 수급될 확률이 정말 낮다고 해서 신청을 안 했습니다. 4가지 이유로 자세히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_확정된 질병이 아니다

먼저 제 질병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상병]

- 강박성 사고 또는 되새김(강박증, 강박장애)

[부상병]

-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우울증, 불안장애)

-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기타 반응

- 비기질성 불면증(불면장애, 수면장애)

 

근로복지공단 담당자님이 위 질병들은 '임상적 추정'으로 되어 있어서 안된다고 했습니다. 질병명을 진단하는 데 '임상적 추정'과 '최종 판단'이 있습니다. 임상적 추정은 말 그대로 추정이라 불확정된 질병이고, 최종 판단은 확정된 질병입니다. 산재처리를 하려면 회사에서 얻은 질병이 객관적으로 확정이 되어야 하는데 진단서에는 불확정된 질병이라고 적혀 있어서 안 되는 거였죠. 다시 병원에 가서 담당 의사분에게 임상적 추정을 최종 판단으로 바꿀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의사분 말로는 어떠한 병원에서도 안된다고 합니다. 강박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장애, 수면장애, 스트레스는 이외 다른 정신질환 증상과 비슷해서 어제는 해당 질병이었어도 오늘이나 내일은 또 다른 질병명으로 바뀔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울증 에피소드라는 질병명이 있는데, 제가 느끼고 있는 증상하고 거의 같습니다. 제가 내일 다른 병원에 가서 똑같은 증상을 얘기하면 그 병원 의사분은 우울증 에피소드라고 진단서에 적을 수도 있겠죠.

 

두 번째 이유_정신과에서 인정하는 산업재해 질병은 따로 있다

제 담당 의사분께서 두꺼운 의학 서적을 펼치시더니 저에게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질병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였습니다.(다른 병원은 또 다를수도 있습니다.) PTSD는 심각한 상황에서 정신적인 혹은 육체적인 손상을 받아 오랫동안 불안해하는 질병입니다. 이 질병에서 업무 중 정신적인 손상은 보통 전쟁 상황에서 군인, 사고 현장에서 소방원과 경찰이 자주 겪는 질병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료 군인의 죽음, 사고 현장에서 사지가 잘린 피해자 등 아주 끔찍한 상황을 보고 충격을 겪어 고통을 겪는 것이죠. 업무 상황에서 관련된 사건을 경험해 PTSD를 얻게 되었다면 임상적 추정이 아니고 최종 판단으로 확정된 질병으로 인정받습니다. 왜 PTSD만 인정받냐고 물어보니까 인과관계가 명확해서 라고 하셨습니다. PTSD에 걸린 사람들은 명확한 원인인 끔찍한 사고를 겪었기 때문에 확정 판단이라고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불면증은 제가 개인적인 이유로 생긴 걸 수도 있고, 회사에서 겪은 일과 개인적으로 겪은 일이 합쳐져서 생긴 걸 수도 있어서 해당 질병들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고 했습니다. 회사에서 자주 일어난 일들(팀장과의 갈등, 폭언, 욕설, 협박, 정치질, 따돌림, 이간질 등) 따위로 걸린 질병들은 확정 판단을 줄 수 없다고 말하셨는데, 과연 회사에서 얻어터지고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했어도 '따위'라는 말을 하고, 임상적 추정으로만 볼까요?

 

세 번째 이유_불명확한 치료 기간

산재처리 서류 중 의사분이 작성하는 서류가 있습니다. 그 서류에는 환자 치료기간이 항목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은 육체적인 질병과 달리 정해진 치료기간이 없습니다. 증상이 심해질수도 있고 약해질 수도 있어서 치료 기간이 불명확하죠. 해당 서류를 근로복지공단 담당자분에게 보여주니까 치료기간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간이 있어야 산재급여가 그 기간 동안 수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기간이 불명확하면 산재처리가 신청이 되고 확정이 되었어도 수급이 안될 수도 있다고 했죠. 다시 병원에 찾아가 치료기간을 정해줄 수 없냐고 물어보니 절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네 번째 이유_길고 긴 싸움과 객관적인 증거 부족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신청만 하려고 했습니다. 신청은 서류 내용이 부실해도 가능하다고 했으니깐요. 신청을 하고 공단을 나오려고 하는데, 신청하는 순간 회사에 제가 산재처리를 신청했다고 통보한다고 합니다. 산재처리는 근로자와 회사조직 간에 일어난 일이라 제가 쓴 산재처리 서류를 보면서 반박할 의견을 주고, 제가 또 그 의견에 반박하면서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반박을 안 하면 처리기간은 짧아지지만 제가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게 불리해지는 거였죠. 그렇다고 반박을 계속하면 기간이 길어지고 나중에 회사가 소송을 걸면 일이 이상하게 커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좌절했는데, 또 있었습니다. 산업재해라고 생각하는 원인의 증거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녹음, 사진, 영상, 동료 증언과 같이 제 질병의 원인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을 보여주면 산재 인정에 유리하다고 했죠. 저는 아주 멍청하게도 녹음기 하나 없이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어떠한 증거도 없었습니다. 억울하고 답답해서 결국 저는 신청을 안 했습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게 된 것 같은 산재처리 절차

산재처리 신청 절차를 밟으면서 느낀 점은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피해자라고 '호소'하는 피해 호소인의 원맨쇼'라고 느꼈습니다. 제 질병은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 아닐 수도 있고 선천적인 기질과 개인적인 일 때문에 일어날 수 있어 회사와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말,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면 불리할 수도 있다는 말, 산업재해는 PTSD만 된다는 말로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는 프레임으로 가두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가해자와 가해행위를 증명할 수 없으니 나 혼자 내 뇌를 때려 정신병을 일으키고 피해 보상을 달라는 모습만 남은 것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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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나 영상 증거를 얘기했을 때 어이없었습니다. '녹음과 영상이 없으면 너의 피해는 입증할 게 없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대한민국 모든 신입사원과 회사원들에게 정신질환으로 산재처리 신청은 녹음과 영상이 있으면 좋으니 항상 소지를 권장한다는 교육도 없었는데 산재처리 신청하려는 사람에게 녹음과 영상 얘기를 하는 게 앞뒤가 맞는 일인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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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위 이유들로 신청을 안했습니다. 실제로 신청을 하고 신청이 되는지, 수급까지 되는지를 못봐서 PTSD를 제외한 정신질환들은 산재처리 인정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환우 동지분들은 제가 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면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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